학창시절 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중국사람, 홍콩사람, 일본사람, 동남아, 유럽, 그리고 미국 친구들… 그들과 사귀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자리가 술자리였다. 술자리에서는 말도 필요 없고, 술만 있으면 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 있기 때문에 난 종종 친구들에게 술을 마시자고 권하곤 했다.
참고로 난 그때 18세. 하하! 한국에선 술자리를 즐기기엔 너무 이른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미국친구와 한국 주점으로 레몬소주를 마시러 갔을 때 나는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의사 표현이 미흡해서 서로 눈만 쳐다보고 웃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건배 "Cheers" 그리고 "One Shot" 밖에 몰랐던 것이다. 친구가 나에게 "Let"s offer a toast" 즉 "같이 건배 합시다"라고 했다. 그리고는 내가 자꾸 One Shot, One Shot 이라고 하니까 이미 콩글리쉬에 익숙해 있던 그 친구는 웃으며 "Bottoms up" 이라고 고쳐 주는 것이었다. 아…. Bottoms up….처음 듣는 말이었지만 난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즉, 잔의 끝쪽이 위로 가게 하자, 잔을 다 비우자는 말이었다.

그 친구가 레몬소주를 한잔 마신 후 하는 말이 "This Soju hits the spot" 이라고 했다. 난 또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 뜻을 물었다. "입맛에 맞는다, 아주 맛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아, 그렇구나.
나는 다른 한국 술을 소개해 주고 싶어서 막걸리를 주문했다.
미국 친구는 마시자 마자 하는 말이 "It really packs a wallop." 이라고 했다. "술이 아주 독하다."는 뜻이다. 아 이럴 때 이렇게 말하는구나…난 마음 속으로 그 표현을 몇 번이고 따라 했다. 역시 영어는 경험을 통하여 반복해야지만 내 것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난 술이 오른 가운데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 미국친구 한마디에 대해 "What does that mean?" 이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는 참 인내심이 많고 자상한 친구였던 것 같다.
영어에 관한 나의 질문공세에 모두 대답을 해 주었으니 말이다.
그날 그래도 난 한 마디는 알아 들을 수 있었다.
"Which one leaves a dizzy afterta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