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활절에 관한 추억여행을 떠나 보도록 하자.

미국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부활절 기간이 되었을 때다. 기숙사 생활을 했던 나에게는 뜻밖에 찾아온 휴가였다. 기숙사 게시판에는 부활절을 맞이하여 일주일 동안 기숙사문을 닫는다는 공고가 붙었다. 미국에서는 부활절이 기독교의 큰 축제일로서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날이다. 춘분 후 최초의 만월 다음의 일요일이 부활절이 되며, Easter Day 또는 Easter Sunday라고 부르는데 이날부터 1주일간을 Easter Week, 50일간을 Easter time 이라고 한다.

부활절 주간을 맞이하여 짐을 싸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옆집 미국이웃의 초청을 받아 부활절 아침 일찍 옆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미국의 부활절 풍습이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옆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기도를 하고 있을까? 무슨 전통이 있을까?

그런데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동네 아이들이 마당에 모여 보물찾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옆집 아저씨가 아이들을 위하여 부활절 선물인 장식용 삶은 계란 (Easter egg)에 색칠도 하고, 리본도 달아서 몰래 마당에 숨겨 놓았고, 아이들은 그 숨겨진 보물을 열심히 찾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부활절에 우스운 모양을 한 토끼가 바구니에 알록달록한 Easter eggs를 가득 담고 깡총깡총 뛰어 다니며 여기저기에 Easter eggs를 숨겨놓고 나서 잠을 자는 거라고 믿으며, 그 사이에 달걀들을 찾아내는 그런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토끼가 잠에서 깨어나면 숨겨놓은 Easter eggs를 바구니에 담아 어디론가 떠나 버린다고 믿는 아이들은 토끼를 깨우지 않으려는 듯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그러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보물찾기가 끝난 후 난 옆집 이웃으로부터 Easter Card를 받았다, 카드를 열어 보니 꽃다발, 토끼, 계란 등의 예쁜 그림이 그려있는 카드였다. 이웃에게 들은 그림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오래전부터 토끼가 생명의 상징이 된 것은 다산 동물이기 때문이다. 계란은 옛 그리이스나 페르시아에서 봄철 축제의 선물로 쓰던 것. 기독교에서 계란 껍질은 예수가 부활해서 나타난 묘소를 나타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선물을 주고 받는 행사가 끝난 후, 우리는 햄으로 만든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맛 볼 수 있었다. 기독교에서 돼지는 옛부터 행운을 나타내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부활절에 햄을 먹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다양하고 전통적인 부활절 풍습을 보며, 생활 속에 배어 있는 그들의 충실한 신앙생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은 미국인들은 부활절을 예수가 이땅에 온 성탄절 못지 않은 큰 기쁨의 명절로 여겨 이 날을 경건하고 즐겁게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